이코노미조선 칼럼 | 행복의 묘약: 절제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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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행복 순위는 경제 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행복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과도한 선행 학습과 성적 경쟁, 그리고 부모와 갈등과 간섭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안정된 직업을 얻기를 바라는 부모의 과도한 애착이 자녀에게는 심리적 부담이자 폭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크게 세 가지 사랑을 경험한다. 부모와 자식 간 사랑, 연인 간 사랑 그리고 종교적 사랑이다. 이 가운데 자녀가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부모와 사랑은 이후 삶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된다. 부모와 자녀 관계는 자녀의 기질과 부모의 양육 방식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형성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은 자존감과 자신감의 기반이 되며, 인격 형성과 인간관계의 틀을 만들어 준다.
나 역시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한다. 특히 어머니가 몸소 보여준 사랑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형편이 어려운 친척 학생들을 집에 데려와 함께 생활하게 하고, 매일 열 개가 넘는 도시락을 싸 주며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왔다. 자식과 남을 구분하지 않았고, 먼저 등교하는 사람이 도시락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밥을 구걸하는 사람이 집에 오면 밥상을 새로 차려서 대접하며 사람을 차별 없이 존중했다. 집안이 어려워져 먹거리가 떨어지면 콩나물을 키워서 팔거나 하숙생을 받았다. 지금도 어머니가 보여준 그 한없는 사랑,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는 존중, 어떤 고난도 참고 인내하여 영광을 만드는 인내심과 가난과 권세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 남의 잘못을 용서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그 사랑에 빛을 더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의 가족 간 사랑의 인생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해 첫아이를 얻으면 영유아기 아이의 모든 행동과 표현이 예쁘기만 하다. 둘째를 낳고 유아기 두 아이를 양손에 잡고 소풍 가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 아이가 커서 사춘기가 되면 부모와 갈등을 빚게 되고, 자녀가 원치 않은 대학에 입학해 아쉬움이 크고, 자식이 결혼할 때는 자식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짝을 고른 이유로 부모와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그러다 자식이 낳은 손주는 중년이 된 부모에게는 사랑을 새롭게 학습하는 기회가 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를 번갈아 양육하면서 그간 부모 자식 간 말 못 했던 앙금이 많이 해소되기도 한다. 결국 부모는 자식과 함께 손주를 내리사랑하면서 서로를 반성하고,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새롭게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혼하지 않거나 자녀를 두지 않는 경우, 이러한 사랑의 순환과 학습의 기회를 경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청년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 건강한 관계를 경험하지 못했거나, 사랑받는 경험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결국 자녀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배우는 사랑 그리고 노년기에 자녀로부터 받는 돌봄의 경험은 인간이 삶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서적 자산이다.
우리 사회는 물질에 대한 숭배가 과도해 상대적으로 사랑의 가치가 퇴색됐다. 과도한 애착이 때로는 미움으로 변하기도 한다. 사랑도 학습이 필요하다. 자식의 기질을 잘 파악하고 존중하며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는 절제된 사랑은 부모와 자식 모두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신동우 나노 회장 - 케임브리지대 이학박사,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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